이 블로그를 가장 먼저 시작할 때 꼭 독후감 카테고리를 만들어야지.. 했는데 영 시작이 어려웠다.
노트에 한창 쓰던 독후감도 뜸해진 지 1년은 된 것 같고 ㅠㅠ
기록을 해두면 두고두고 좋은 점뿐인데 왜 이렇게 어려운지..
그래도 done is better than perfect라는 말이 있으니 성에 안 차더라도 일단 해보자.
sf 장르는 그냥 듣기만 해도 멀게 느껴지고 뜬구름을 잡는 것 같다고 느꼈었다.
그러다 한 동안 베스트셀러에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올라오는 걸 보고.. 제목을 맘에 들어하다가 읽어 보게 됐다.
그러고는 아주 폭 빠져버렸지.
그냥 sf라고 보긴 아쉽다. 감성 sf? ㅎㅎ 아련하고 먹먹한 그런 여운이 계속해서 남는다구요..!!
그 이루로 김초엽 작가의 책을 열심히 읽다가 김보영 작가도 접하게 됐고, '천국보다 성스러운'을 읽게 됐다.
사실 이 책은 생각보다 짧고 심오하고.. 음..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른 책들 읽어 볼까? 하던 차에 무조건 신뢰하는 동생이 이 책을 추천해 줘서 읽었다.
당연하지만 대. 성. 공. 전체적으로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과 비슷하게 감성이 있지만 조금 더 심오하고 본격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지구의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
제목이 특별할 게 없는데 참 아름답다. 먼 우주의 행성의 이야기. 우리는 당연하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 곳에서는 우리의 평범함이 기행이 되고 질병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한다.
글쎄.. 상상력이 유독 빈약한 편이라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이런 놀라움은 이 책 내내 이어지게 된다.
'촉각의 경험'
그래, 나도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사실은 단어가 의식을 지배한다고. 예를 들면 눈치를 본다는 말은 영어로 표현하기 어려운데, 실제로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그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그런 개념이 없어서 표현이 없는 건지 그 반대인지는 모르겠지만.. 문화의 차이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나온 얘기였는데, 비슷한 흐름으로 같은 사람도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성격이 달라진다. 이건 경험담이니 정말 신뢰하는 얘기다.
바깥세상을 경험해 본 적 없이 그저 상비용 장기와 같은 복제 인간이, 평범한 인간과 뇌를 공유하게 된다면 그들의 경험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느낄 것인가. 너무나도 짜릿하고 자극적이겠지. 그래서 중독과 같은 증상을 겪게 되겠지.. 이 이야기의 클라이맥스는 어떻게 될까? 궁금해하던 차에 현실적이면서도 허무하게 결말이 나서 더 여운이 남았다.
'다섯 번째 감각'
또 한 번의 참신함. 글을 읽는 동안 정확하진 않지만 '그의 말을 집중해서 봤다' 이런 표현들이 나와서 음? 왜 이렇게 표현을 했지? 했는데 디폴트가 청각이 없는 세계라니. '세상은 소리로 가득 차 있어'라는 문장을 읽을 때는 왠지 벅찼다. 이 글의 시점은 먼 미래인데, 과거에는 갖고 있던 감각인 청각이 인류의 멸종, 즉 온 지구가 물에 잠기는 과정에 의해 사라진 세상이었다. 실제 여러 환경문제로 생기는 문제들을 실감하며 살고 있기 때문에 더 의미심장하고 무섭게 느껴졌다. 모든 것이 물에 잠기면서 청각이라는 가장 약한 감각이 가장 먼저 상처 입을 수도 있는 거겠지. 왠지 설득력이 있어서 더더욱. 물론 감각은 결국 뇌를 통해 느껴지니까 꼭 물리적으로 약한 부분이 먼저 퇴화하진 않겠지만 말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현재 우리의 모습이 가장 진화된 모습이거나 발전된 모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다섯 개의 감각을 지닌 지금보다 몇 가지 감각은 없는 상태가 사실은 더 나은 것일지도? 인간들아.. 열심히 진화하렴..! 파이팅!!
'우수한 유전자'
다섯 번째 감각에서 느낀 것들을 더 확장시켜 준 이야기다. 반전이 밝혀졌을 때는 정말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작가의 말에 미 원주민들이 '우리는 이미 명상으로 달에 오가고 있다' 며 nasa가 하는 일에 의구심을 표했다는 말이 아주 의미심장했다. 그리고 정말 정신이 최우선이 된 곳에서는 겉모습이나 허례허식 같은 건 사라지게 되는 걸까?라는 생각도 하게 됐다. 상상력이 부족해서 정말로 그런 세계는 상상도 하기 어렵다는 게 웃프다 ㅠ
'마지막 늑대'
가장 슬프게 기억되는 이야기다. 왠지 모르게.. 그리고 반려동물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 그들이 하는 의미 없는 행동들이 사실 그들 입장에서는 이 세계보다 큰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이 아닐까? 하는.. 괜히 슬퍼지는 이야기다. 또 작가의 말을 읽고 놀랐다. 개와 늑대는 유전적으로 동일하지만 인간과의 관계성으로만 종이 나뉜다는 것. 개의 폭발적인 진화 역시 돌연변이를 선호하는 인간의 관여로 일어났다는 것. 개는 도대체 어떤 동물인 건가.. ㅠㅠ 펫샵 생각도 나고... 절절한 짝사랑 그 자체로 느껴지는 개라는 종이 서글펐다.
'거울애'
이 책에서 가장 섬뜩한 이야기가 아닐까. 가까운 사람의 감정을 그대로 흡수해 버리는 사람과 감정은 있지만 그걸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사람. 판타지스러운 소재이면서 어렵기도 했다.
'몽중몽'
인간의 근원, 세상의 근원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천국보다 성스러운'도 생각나고, 이 책을 읽기 바로 전에 읽었던 '소마'도 생각난다. 이 세상이 누군가의 꿈속이라면 왜 꿈속에 등장하는 엑스트라마저 고된 짐을 진 채로 인생을 살아내야 하는 걸까. 나는 꿈의 주인 입장에서 존재감이라도 있을까? 흔하지만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꽤 오랫동안 생각해 볼거리를 주는 이야기였다.
이 외에도 몇 개의 이야기가 더 있는데 내가 얘기하고 싶었던 것들만 간단히? 기록해 봤다. 으 힘들다! 그렇지만 뿌듯
이민진 [파친코], 스포O (0) | 2023.07.21 |
---|---|
히가시노 게이고[인어가 잠든 집], 스포O (0) | 2023.03.11 |
박연준[밤은 길고, 괴롭습니다] (0) | 2023.02.14 |
김초엽 [므레모사], 스포O (0) | 2023.02.08 |
룰루 밀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스포O (0) | 2023.0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