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꾸준히 좋아한 작가다.
굉장한 다작 작가인데, 내 기준 뻔하지 않고 본전은 건질 수 있는 책이 대부분이다.
어쩌면 그렇게 소재가 다양할 수 있는 건지 신기할 따름.
독소 소설 시리즈나 스키, 연애 주제 소설들은 취향이 아니긴 했다😅
이번에 읽은 인어가 사는 집도 계속 대출 중이어서 못 읽다가 운 좋게 겟!
일본의 장기 기증 법에 관해서 잘 이해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책 내에서도 모순이 있는 법이라는 걸 설명하니 내가 이해한 만큼만 이해하려고 한다..ㅎㅎ
가오루코와 가즈마사 부부는 가즈마사의 외도로 이혼을 생각 중이었으나 확실히 결론을 짓진 못한 상태.
첫째 딸인 미즈호의 사립 초등학교 면접을 위해 아이들을 가오루코의 엄마인 치즈코와 동생인 미하루에게 맡긴다.
그때 급하게 연락이 와서 수영장에서 사고가 나 미즈호가 혼수상태라는 얘기를 듣는다.
이미 손쓸 수가 없어 의사는 장기 기증 의사를 묻고..
부모는 정말 가망성이 없는 거냐고 묻지만, 일본의 법으로는 장기 기증 의사가 있을 때에만 뇌사 판정을 위한 테스트를 하므로 그전까진 뇌사판정을 내릴 수는 없다고 말해 더 혼란스럽게만 한다.
완전히 죽지도 않은 자식을 장기 기증 결정을 내려서 죽게 하는 건 아닐까.
여기서 나도 몰랐던 사실은 뇌사자의 장기 적출 수술을 할 때 일본은 마취를 하지 않는 모양이다.
어차피 뇌가 기능하지 않아 아픔을 느끼지 않기 때문.. 그렇지만 수술 중 각성 현상도 있고.. 사망하지 않고 살아 있는 사람을 마취도 하지 않고 수술하다니.. 어쩐지 좀 섬뜩하게 느껴졌는데, 내가 뇌사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탓인 것 같기도 하다..🤣
무튼, 어렵게 부부는 장기 기증 결정을 내리고 딸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는데, 그 순간 딸의 손가락이 움직이고..
의사는 단순 반사 작용일 거라고 하지만 장기 기증을 취소하고 계속 치료를 진행하기로 결정한다.
가즈마사는 의료기기 계통 회사에 있었는데, 아마 이 책에 나오는 기술들은 현존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무튼, 보통은 호흡기를 달아서 호흡을 유지하고 있는데, 횡격막과 복근에 신호를 줘서 컴퓨터로 호흡을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을 알게 되어 미즈호에게 적용한다.
의식도 없는 환자의 편의를 위해 거액을 들여 이런 수술을 한다는 것에 이래를 못 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가오루코와 가즈마사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외관상 호흡기도 사라지자 미즈호는 정말로 그저 잠이든 것 같은 모습이 되고 퇴원하여 집에서 간호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실제로 뇌사 환자였다면 그런 상태가 오래가지 않았겠지만.. 이후로도 2-3년을 미즈호는 더 살아내니 아마 뇌의 일부분은 살아 있었을 거라고 의사들도 어느 정도 인정을 하게 된다.
이후, 가즈마사의 회사에서 개발 중인 연구도 적용하여 무의식의 상태에서도 팔과 다리의 근육을 움직일 수 있게 되고, 회사 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꾸준한 운동을 통해 미즈호의 근육도 자라고, 몸도 성장하며 생체 신호도 좋아지게 된다.
이 시점부터는 나도 좀 눈을 찌푸리게 됐는데.. 저건 산 송장이 아닌가.. 그저 부모의 욕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미즈호뿐 아니라 이쿠토라는 자식도 있는데 그 아이는 제대로 케어받을 수 있는 걸까? 하는 생각.
이제 눈만 감고 있을 뿐,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게 된 미즈호. 가오루코는 딸을 정말 살아있는 사람처럼 대하고.
이쿠토의 입학식에도 당연하게 데려가는데.. 물론 이런 행동이 이쿠토를 괴롭힘 당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가족들도 지쳐가는 와중에 주변의 많은 사람들로 비판을 받게 되자 가오루코는 이성을 잃고.
만약 내가 내 딸을 칼로 찔러 죽이면, 나는 살인죄인지 아닌지.
모두가 죽었다고 하니 나는 내 딸을 죽여도 살인죄가 아닌 것이냐며 울부짖고. 그 누구도 대답해 줄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
차라리 법원의 판단으로 살인죄에 해당한다면 기쁘게 형을 치르겠다고.
이후 정신을 차리고는 이제 미즈호를 산 사람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욕심은 접어두고 그냥 딸과 둘이 조용히 살기로 결심하는데..
어느 날 꿈에, 혹은 환상 속에서 미즈호가 일어나 엄마에게 고마웠다며, 이제 가보겠다는 말을 하고 떠나는 걸 보게 되고..
그때 온전히 딸은 죽었음을 받아들이게 된다.
실제로 좋은 상태를 유지하던 미즈호는 급변하여 상태가 안 좋아지게 되고, 오랜 시간 생각을 정리해 뒀으므로 이제야 장기 기증을 결심한다.
히가시노 게이고 책의 특성상 맥락 없는 해피엔딩은 아닐 거라 생각했는데... 그러면 가오루코를 비롯한 가족들이 너무 헛된 고생을 한 것 같아 마음이 안 좋았다. 그런데 이런 결말이라면 가오루코도 충분히 납득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결말이라 참 다행이다.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다. 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장기 기증을 위한 뇌사 판정에는 시간이 걸려서 실제 엄마 갈게!라고 한 3월 31일이 아닌 4월 1일이 미즈호의 법적 사망일이 되지만... 가오루코는 끝까지 3월 31일을 고집한다. 주치의인 신도와 가즈마사가 대화를 하며, 신도는 역시 처음 사고가 나서 의식 불명이 된 그때 미즈호는 사망한 상태라고 생각한다고 말을 한다. 그러면서 가즈마사 씨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고 묻는데, 가즈마사는 기증을 위해 심장을 적출한 4월 1일을 미즈호의 사망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하는데, 신도는 그 심장은 누군가에게 이식되어 아직도 뛰고 있으니 어쩌면 미즈호는 죽은 게 아니네요:) 하면서 마무리를 짓는다. 이 부분은 각자가 생각하는 죽음이 모두 다른 것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에필로그에서는 미즈호의 심장을 이식받은 학생이. 근처에 장미꽃도 없는데 자꾸만 꽃의 향이 느껴지는 현상을 겪으며, 나에게 이식해 준 사람은 꽃으로 사랑으로 둘러싸인 사람이었구나! 하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 가오루코는 미즈호의 방에 장미 아로마 향이 나도록 관리했었다.
어쩐지 마음이 따뜻해지고 여운이 남는.. 진한 감동을 받은 결말이다. 옛날 드라마인 여름 향기도 생각나고 말이지..ㅋㅋ
흥미롭고 재밌기도 했지만 여러 생각할 거리를 남겨준 책이다.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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