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제대로 그리고 완전히 소화한 게 아니라 후기를 쓸까 말까 고민했지만..
그래도 기록 그 자체로서의 의미도 있는 거니까 간략하게라도 쓰려고 한다.
추천하는 글들이 워낙 많고, 또 굉장한 반전이 있는 것 같은 소개들을 봐서 어떤 반전일까? 하면서 봤다.
내가 생각한 반전은 아니었다는게 함정ㅋㅋ
한 인물의 전기 같다가 슬쩍 작가 본인의 인생 얘기를 끼워 넣고, 갑자기 역사와 추리가 펼쳐진다.
확실히 오래 기억에 남고 또 자주 생각나는 책이 될 것 같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에피소드가 흘러가는 방향은 정말 극적이고 반전이다.
자연이, 운명이 본인의 전부를 바친 30년 연구를 엉망으로 만들었을 때, 묵묵히 이름표를 바느질했다는 에피소드는 어떤 시련에도 굴하지 않는 위인의 면모를 보여줬었지. '그래, 나도 하루하루 이리저리 흔들리지 말고 그냥 가야 할 길 묵묵히 가자.' 이런 생각을 했다.
그는 본인의 주장과는 다르게ㅋㅋ 겸손하지 않고 자기 확신이 강한 사람이었다는 설명에는 주변의 여러 사람이 떠올랐다. 보기에는 잘 나가고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 개인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진 않지만.. ' 그래 비범한 사람들이 가질만한 특징이다. 요즘 같은 사회에서 살아남기에, 서양에서 살아남기에 아주 적합한 성격이구나.' 100년이 넘는 시간의 간극이 있어도 될놈될인 걸까? 나와는 너무 다른 특징이라 울적함을 느끼기까지 하면서.
그러다 그가 자신의 연구에 도취되면서 우생학의 선두주자가 되었다는 얘기에는 저자와 나 모두 경악. 생각해보면 노예제의 본거지인 미국에서 우생학이 그리 특이한 건 아닐 텐데. 히틀러라는 너무나 큰 상징이 있어서일까. 상상도 못 한 정체에 놀라버렸다.
저자는 그래도 그가 헌신했던 세계는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진실에 의해 다 무너져버렸다고 했지만, 그는 그 무너진 세계를 보지 못했으니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그는 잘 먹고 잘 살다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했으니..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사후에 명예가 실추되고 그가 생각한 모든 진리가 박살 난 게 뭐가 그리 중요한가. 그래도.. 그에 대한 평가가 최근에는 많이 뒤집히고 있다니 최악은 아닌 거겠지.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이야기는 누가 봐도 비범하고 특별하지만, 중간중간 끼어든 저자의 이야기는 그냥 내가, 내 주변 사람과 너무 닮아 있었다. 같은 고민을 하면서 살아가는 간다는 생각에 위안과 동질감도 느꼈다. 그치만 내가 이 책을 읽고 있다는 건. 저자도 해피엔딩을 맞았다는 뜻. 나와 다른 사람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에 기쁘면서도 또 씁쓸했다. 책에서도 저자는 마침내 평화에 도달했다고 하며 행복한 모습을 보여준다. 열심히 갈구해서 결국 얻었노라고. 그렇다면 정말 뼈를 깎는 고통, 상실을 겪어내야만 얻을 수 있는 걸까? 그 평화와 안정은? 지금까지 내가 겪었던 나름의 경험들은 그것들을 성취하기엔 한참 모지란 것일까? 여러 생각들이 맴돌았다. 하하
어쨌든 인간은 그 어떤 요소도 다른 생물보다 우세하지 않다는 걸 명심하고 살아야지. 그리고 또 시간이 지나면 이 책을 다시 읽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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