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 작품은 트릴로지로 묶여 있기 때문에, 한꺼번에 읽어봤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뮤지컬 '이토록 보통의' 관련하여, 앞의 두 책을 추천하는 글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게 생각이 난 게 계기다.
앞의 두 책은 하나의 이야기에 시점만 바뀐 버전이라 무조건 같이 읽는 걸 추천하는데, 아마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를 읽고 나면 무조건 '당신에게 가고 있어'를 찾게 될 것이다ㅋㅋㅋ
두권 모두 짧아서 금방 읽을 수 있다. '미래로 가는 사람들'은 이 두 책에 비하면 많이 두껍다..;;ㅎㅎ
'미래로 가는 사람들'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지만 좀 더 심오한 이야기를 다루고 과학적인 이야기도 더 많이 나와서 결이 살짝 다르다.
그래서 둘로 나눠서 후기도 쓰려고 한다.
어쨌든 트릴로지라 세 책의 표지나 분위기가 비슷한데.. 책이 참 예쁘고 감성적이다✨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라는 책을 쓰게 된 계기가 특별한데, 프러포즈를 위해 낭독할만한 이야기를 써 달라는 의뢰를 받고 쓴 책이기 때문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일을 위해 쓴 책인데, 이렇게 나에게까지 전달되다니 새삼 놀랍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읽고 사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실제로 벅찬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근데 또 '당신에게 가고 있어'까지 읽고 나자 다른 생각도 들었다는 거..ㅎㅎ;;
줄거리를 쓸 예정이니 스포를 피하고 싶다면 읽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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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근미래의 시점으로, 결혼을 앞둔 커플의 이야기다. 여자가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게 된 가족을 배웅하기로 하자, 남자는 지구의 시간으로 9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된다. 그 시간의 갭을 줄이기 위해 남자 역시 우주관광선을 타기로 한다. 그럴 경우 기다림의 시간이 반으로 줄어든다. (영화 인터스텔라를 본 사람이라면 대강 개념이 이해 갈 것 같다. 우주에서 6개월이 지구에서는 몇십 년이 되기도 하는 그런 시간의 상대성. 나도 인터스텔라가 아니었다면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이었을 듯... 핳ㅎㅎ) 둘은 손 편지로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을 수 있었는데, 순조로울 것 같았던 여행은 사소한 일들로 인해 틀어지게 되고, 그 작은 틀어짐에 의해 둘의 만남은 계속 연기된다. 그리고, 그 둘이 우주 공간에서 헤매고 있을 때, 지구 역시 멸망의 시대를 맞게 되며 둘 사이의 연락수단도 사라진다. 남자는 여자와의 만남을 포기한 채 그저 혼자 열심히 생존하지만, 모든 게 사라진 상황에 더 이상 삶의 이유를 찾을 수 없게 되자, 마지막으로 붙잡을 수 있는 끈은 그녀와의 만남뿐이라는 걸 깨닫는다. 계산할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시간이 흐른 후, 둘이 결혼을 약속했던 성당을 떠올려 찾아가게 되는데, 모든 것이 폐허가 된 상황에 그 성당은 누군가가 계속 보살펴 온 흔적이 있는 것을 확인한다. 그리고 그를 기다리던 그녀의 흔적을 발견하며 책이 끝난다.
이 마지막에 그녀와 확실히 재회하는 장면이 담기지 않아 더 애가 탔다.😭 그리고 모든 게 폐허가 된 지구에 꿋꿋이 서 있는 교회에서 그 둘이 만날 것이라고 생각하니 정말 벅찼다. 이러니 다음 책을 빨리 읽고 싶을 수밖에..ㅋㅋ
당신에게 가고 있어는 여자의 시점으로 그 오랜 세월에 대해 말한다. 남자가 여자를 기다리며 고독과 외로움에 몸부림칠 때, 여자는 같은 시간 동안 여러 종류의 사람들과 함께하지만 착취당하고 핍박당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모든 걸 내려놓고 포기하고 혼자 버려진 지구로 가서 남자를 기다리기로 했을 때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두 인물 모두 힘들게 긴 시간을 버텼지만.. 여자는 단 한순간도 남자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두 번째 책을 읽었을 때.. 기분이.. 좀 좋지 않았다🥲 여자는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았는데.. 남자는 비교적 빨리 그런 감정을 다 버렸던 것 같아서.. 남자는 생존을 위해, 마지막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여자를 찾았을 뿐이라는 생각 때문에.. 너무 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라는 생각도 들고.. 그랬다😂
이 책의 뒷부분에는 프러포즈를 위해 책을 의뢰했던 실제 커플의 감상문도 적혀있는데, 이 커플도 각자가 책 속 주인공들에게 느끼는 것, 책에 대해 느끼는 점들이 달랐다. 이런 부분도 참 재밌는 포인트가 될 것 같다. 어떤 인물에게 더 이입이 되는지 얘기를 나눠볼 수도 있고.. ㅎㅎ 이러니까 이보통이 더 생각난다..ㅎㅎ 프러포즈는 성공했고 실제 커플의 아들 이름을 세 번째 책의 주인공 이름인 성하로 지었다는 것에서 이 시리즈가 완결되는 느낌이 있다⭐️
그렇다면 세번째 책, 미래로 가는 사람들. 이 책의 주인공 성하. 이전 책의 주인공들의 아들이라고 볼 수 있을까? 무튼 그는 상상할 수 없는 오랜 시간 동안 여행을 했고, 이제 우주의 끝으로 가려한다. 그는 오랜 시간 동안 지구가 멸망하고, 다시 문명이 시작되는 과정을 수 없이 봐왔다. 가끔씩 지구에 돌아가서 인류에게 도움을 주면 그의 존재는 신이 되고, 시간이 흐르고 다시 찾아가면 예전 그의 흔적들이 신성시되는 전설로 떠받들어지는 일들을 보곤 했다. 그는 인류를 돕는다고 생각을 했지만, 반대로 본인이 개입해서 인류가 계속해서 멸망하는 역사를 반복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하곤 한다. 마침내 우주의 끝에 도달했을 때, 그의 다른 차원의 무언가. 영혼?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과 합쳐지고, 또 흩어져 여러 개의 우주, 지구로 떨어져 활동을 시작한다.
아주 짧게 간추려봤지만, 심오한 에피소드들이라 이전 책들처럼 술술 넘기기는 어렵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에 대해서는 워낙 이런저런 설들이 많은데.. 그런 설들을 모아 정리해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이 우주가 누군가의 뇌 속이라던가.. 평행우주라던가.. 뭐 그런 이야기들.
흥미롭도 허무맹랑하지만은 않아서 좋았다. 근데, 성하라는 이름으로 인물이 구체화되어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인물의 고독함과 외로움이 너무 많이 느껴져서 마음이 힘들었다🥲 이전 책의 주인공들 아들이라고 생각하면.. 그들을 원망하게 된다. 그렇게 괴롭고 고독한 생활을 오랫동안 했으면서 아들을 이런 상황에 남겨두다니...!!!라는 생각에...ㅎ...
어쨌든 여러 생각을 하게 되고 많은 걸 느꼈으니 좋은 독서였다고 생각한다!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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