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전시회를 가게 됐다.
블로그에 올리지 않았지만 작년에 보고 온 전시회가 더 많긴 했는데 큰 감상을 남기지 못했다.
주말엔 사람이 너무 많으니 보통 반차를 내고 다녀왔었는데.. 작품 감상보다는 누적된 피로와의 전쟁을 더 치른 느낌.
사실 이번에도 피곤한 순간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남기고 싶었다ㅎㅎ
이 전시회를 가게 된 건 우연히 인터파크에 들어갔다가 얼리버드 티켓을 판매하는 걸 우연히 발견했기 때문이다.
대표 그림이 왠지 내 스타일이라 제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즐거운 예감에 바로 티켓을 구매했다.
오디오 가이드와 함께한 전시 감상. 역시 너무 좋다!
그의 작품에 대표적으로 등장하게 되는 색은 푸른색과 핑크색, 검은색이다.
내 눈에는 핑크색으로 보이는데 작가의 설명은 해 질 녘의 붉은 하늘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사람마다 색을 감지하는 게 다를테니 그 작가의 눈에는 저런 핑크색으로 하늘이 보이는 걸까?
아니면 작가도 나와 비슷한 색으로 받아들이지만 그런 색을 물감으로 표현했을 때 나와 그가 받아들이는 게 달라지는 걸까?
정답은 알 수 없지만 그의 눈에 해질녘 하늘이 저렇게 보인다면 매일 대단히 아름다운 광경을 보는 것이니 참 부럽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분홍색을 보다보니 내 기록에 남아있는 하늘 중 그나마 저 사진과 비슷한 색감의 하늘을 끄집어낼 수 있었다.
2018년 토론토의 해변. 정말 타이밍 좋게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었던 날이라 넋 놓고 두 시간은 하늘만 봤었다ㅎㅎ
그립다ㅎㅎ
멈추어진 순간이다. 이렇게라도 기록을 끄집어내서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게 행복하구먼..
나중엔 이런 순간이 왔는데.. 현실임에도 무슨 신선놀음을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ㅎㅎ
잊고 있던 순간으로 돌려놓는 것도 예술의 힘이지. 암 그렇고 말고ㅎㅎ
무튼 전시 얘기로 돌아가자면 1929년생인 앙드레 브라질리에는 현재까지도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있는 화가다.
크게 그의 작품을 나누면 서커스나 연주회를 그린 시기에서 풍경과 말들을 그리던 시기, 이후 뮤즈인 샹탈을 그린 시기로 나눠볼 수 있는데
보통 작가들의 화풍이나 주제가 한번 바뀌면 잘 돌아가지 않는데 이 작가의 경우는 꽤 최근까지도 종종 말이나 풍경, 연주회 등을 그렸다.
그래서 그림만 보고 어느 시기의 작품이구나.. 하고 유추하긴 어려웠다.
인생의 사랑인 샹탈을 만나 개인으로서는 삶이 더 행복 해졌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가 그린 풍경들이 맘에 들었기 때문에 그녀를 뮤즈로 한 작품이 많아진 게 아쉽다😅
작가 본인도 샹탈도 매우 행복해하는 것 같으니 뭐 좋은 게 좋은 거겠지만ㅎㅎㅎ
삶을 아름답게 바라보고 작품으로 표현하는 작가라 그저 낙관주의자인가 하는 생각도 했는데..
전시 중간중간 있는 작가의 말에서 본인도 삶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다. 고 말한 부분이 꽤나 의미심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사랑하게 만드는 게 예술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한다니 어찌 됐든 예술가구나! 뭐 이런 생각을 했다.
전시가 좋았어서 기념품을 사려고 마음먹었는데, 1순위는 '주앙만의 불꽃놀이' 라는 작품이었다.
화려한 색채가 너무 맘에 들었는데ㅠ 크기가 애매한 러그 말고는 기념품이 없었다ㅠㅠ
전시를 보면 종종 이런일이 생긴다. 내 마음에 너무 들었는데 그 작품이 엽서로도 판매되지 않을 때의 슬픔 ㅠ
취향이 좀 마이너한가;;ㅎㅎ 고민 끝에 '삶의 기쁨'이라는 작품의 엽서를 하나 구매했다.
작품 제목이 맘에 들고 희망찬 작품이니까!
사서 방에 붙여 두니 기대 이상으로 힘이 나는 작품이라 아주 잘 산 것 같다ㅎㅎ
새해를 맞이하며 가 본 첫 전시가 아주 성공적이라 좋았다. 올 한 해, 멈추고 싶은 순간들을 많이 만들어낼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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