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보게 된 '길 위의 나그네' 영상. 너무 취향이라 개막하기만을 애타게 기다렸다.
관심 있던 배우들도 많이 나와서 캐스팅 고르는 재미도 쏠쏠했다.
대학로 뮤지컬은 또 오랜만이라 기대만발..!!
소극장을 여러 군데 가 본 건 아니지만 대부분 지하철역에서 가까운 듯하다.
후기나 영상들을 보면 앞열에 앉을 경우 목이 굉장히 아플 것 같았는데, 6열은 그나마 괜찮았다.
3열 이후로 가야 목이 안 아플 듯.
무대의 오른쪽 끝과 맞닿아있는 좌석이라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사이드에서 아주 중요한 장면들이 진행되진 않았다..
프랑켄이나 스위니토드처럼.. ㅠ
딱 한 두 번 배우가 가려지긴 했으나 집중에 큰 문제가 되진 않았음..!!
지크슈 영상 보고 꼭 한 번 보고 싶었던 백형훈 배우와, 드라큘라 시츠프로브로 접했던 김수연 배우..!!
이 두 배우에게 특별한 관심을 갖고 캐스팅을 골랐다..!!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라 더욱 기대😀
오열극이라는 걸 알고 가긴 했지만, 생각보다 더 눈물을 많이 흘렸다😂
실화 바탕의 내용인 줄은 몰랐는데, 찾아보니 또 흥미로웠다.
카프카는 살아생전 작가로 빛을 보지 못하고, 친구에게 자신이 죽으면 원고를 모두 태워달라고 한다.
하지만 친구는 카프카의 글을 높이 평가해서 카프카가 죽은 후에도 원고를 소중히 간직하고..
2차 세계대전에 휘말리며 연인에게 대신 맡고 있다가 돌려달라고 하지만, 그 연인 역시 그 말을 지키지 않고 원고를 돌려주지 않는다.
후에 카프카의 작품은 많은 사랑을 얻게 되고, 연인은 일부 원고를 판매하여 풍요롭게 살다 세상을 떠난다.
남은 원고는 자연스럽게 딸에게 상속이 되는데, 이 딸이 주인공 에바 호프이다.
호프는 원고를 판매하지도, 공개하지도 않는데, 이에 이스라엘 정부와 재판까지 하게 된다.
극에서는 위대한 작가를 가상의 인물 요제프로 바꾸고, 요제프의 친구 베르트는 연인인 마리에게 원고를 맡기지만..
마리를 버리며, 원고도 함께 버린다. 큰 충격을 받은 마리는 실제와는 달리 원고를 팔지 않았고, 버림받은 충격에 그저 숨어 살다가 외롭게 죽고, 딸인 호프 역시 어머니와 같은 삶을 살게 된다.
원고 때문에 호프는 어머니도 빼앗기고, 돈에 눈이 먼 연인도 빼앗겼다 생각하며 원망을 하지만.. 결국 본인에게 남은 건 원고뿐이라는 생각에 그렇게 지긋지긋한 원고와 고립된 생활을 한다. 하지만 78세, 마지막 재판을 통해 본인의 삶을 돌아보고, 자기 자신을 그렇게 만든 건 원고가 아닌 본인이라는 걸 깨닫는다. 기나긴 재판 결과 원고도 이스라엘 정부에 귀속되고, 자신을 얽매어왔던 원고로부터 해방되어 자신의 삶을 다시 살아가기로 한다.
이렇게만 정리하면 그렇게 크게 슬픈 장면이 없는데, 사실 호프의 삶 속 우여곡절들을 보고 있자면 눈물이 많이 났다. 배우 한 분 한 분의 열연 덕분일지도.
호프가 크게 절망하는 계기가 된 카델의 경우가 특히 안타까운데.. 원고를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둘은 사랑에 빠졌으니 그 원고의 존재만 몰랐으면 행복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가도, 호프만 보면 그 전쟁의 트라우마가 떠오른다던 카델의 말을 보면 결국 함께할 운명은 아니었구나 싶다. 물론 나쁜 사람이지만 원고 반은 팔아서 너를 위해서 살라고 충고도 해주고, 총도 주고.. 사랑이 아예 없던 건 아니었을 텐데😂
극은 법정에서 시작이 되며, 호프가 본인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과거의 모습을 보는 식으로 진행이 되는데, 김선영 배우가 극의 초반부터 과거 호프의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것이 인상 깊었다. 배우들은 이미 내용을 다 알고 있으니 어쩐지 더 이입이 많이 될 것 같다는 생각.
백형훈 배우는 노래는 말해 뭐 해. 영상으로 보던 그대로였다.. 원고를 의인화 한 K 역할로 해설자가 되는데, 많은 이니셜 중에 왜 K일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카프카가 쓴 책의 주인공들의 이니셜이 K인 경우가 많아 문학계의 K는 카프카를 상징하게 됐다는데.. 이게 맞는 말이겠지..?
K는 호프와 함께하며 호프에게만 보이고, 들리는 존재로 나오는데, 누구보다 또 그녀의 삶을 응원하고 그러기 위해 본인을 버리라고 말하는 존재. K의 넘버 중에 주옥같은 가사를 가진 곡들이 많아서 기억에 많이 남았다.
그리고 김보경 배우는 목소리가 꾀꼬리 그 자체라 엄마 역할을 하면 이질감이 있을 것 같았는데, 그런 거 전혀 없었다. 목소리가 튀다 보니 다른 배우와 함께 부르는 곡에서도 특색이 느껴져서 좋았음.
김수연 배우는 목소리가 정말 매력 있어서 관심이 갔는데, 또 엄청난 명창에 연기도 장난 아니었다. 넘버가 너무 높아서 괜찮을까.. 괜히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는데 어쩜 그렇게 쉽게 잘하는지.. 온갖 일을 다 겪고 텐트로 돌아왔을 때, 어렸던 호프가 현재의 호프와 비슷해진 말투와 행동을 하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김보경 배우도 마찬가지이지만 법정 기자의 역할도 함께 맡았기 때문에, 바로 직전까지 어린 호프로서 엉엉 울다가 호프를 몰아붙이는 기자로 날카로운 질문을 하는 장면이 있었다. 배우는 신기할 정도로 다른 사람이 되어 연기를 했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너무 극과 극의 장면이라 약간 몰입이 덜 됐던 게 아쉽다. 호프는 호프만 연기하게 해 줘요ㅠㅠ 과거 호프의 비중이 생각보다도 많아서 개인적으로는 좋았다. ㅎㅎ
개인적으로 베르트 역의 배우는 아쉬운 점이 많았어서.. 다음에 관극을 하게 된다면 다른 배우로 보게 될 것 같다...;;
커튼콜에서는 모든 배우가 눈물에 얼굴이 젖어 있는 와중에도 환하게 웃으며 크고 작은 하트를 만들어 준 게 인상적이다. 커튼콜은 상시 쵤영할 수 있는 모양인데.. 박수를 꼭 쳐야겠어서 촬영을 잘 못했다ㅜ 근데 앞열에 앉은 분들 본격적인 대포 카메라 들고 오셔서 깜놀..ㅋㅋ
사실 얼마 전 봤던 아마데우스도 그렇고 이번에 본 호프도 그렇고. 안타까운 상황의 주인공들이 나오는데.. 그게 다 본인들이 자초한 일이란 거. 혼자만의 세상에 너무 과하게 몰입한 결과라서 더 안타깝고, 슬펐다. 호프는 이제 홀가분하게 자신만의 인생을 살겠다고 했지만 벌써 78세인데요..??ㅠ 너무 오래 걸렸다.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훌훌 털고 일어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지.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 요즘이다.
극 자체는 소극장 뮤지컬의 특징? 이 잘 드러나는 게 배우들이 무대 장치를 으쌰으쌰 자연스럽게 옮기는 모습이 새로웠다. ㅋㅋ 얼마 안 되는 호프의 행복한 시기인 '빛나잖아 호프'를 보면 춤 연습 어려웠겠다.. 생각이 들고, 퍼포먼스가 다채로워서 새삼 배우들 끼가 참 많다 싶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엄마를 떠났다가 돌아오기까지의 세월을 한국 무용? 같은 춤으로 표현한 부분. 온 무대를 누비는데 춤에서 삶의 고통이 느껴졌다.. 다만 여러 명이 노래 부를 때는 가사를 알아듣기 좀 어려운 부분도 있어서 아쉽기도 하다.
개막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기회가 되면 한 번 정도는 더 보고 싶은데..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테레즈 라캥에서 살벌하게 연기한 이혜경 배우도 한 번 보고 싶고, 스위니 토드에서 음색이 너무 예뻤던 최서연 배우도 보고 싶긴 하다.
다만, 김수연 배우가 너무 잘해서 김수연 배우로 또 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ㅋㅋ
최서연 배우의 경우 약간 정신없고 밝은 모습만 봤던 터라 과거 호프를 어떻게 연기할지 궁금하면서도... 그냥 여러 가지 신경이 쓰인다.
다음에 보게 된다면 모든 배우를 바꿔서 보게 될 지도?
호프 이즈 뭔들.. 극이, 넘버가 너무 좋으니 무조건 괜찮을 것 같다.
극이 너무 좋아서 대사 버전 마스킹 테이프도 샀는데.. 오에스티도 꼭 나왔으면 좋겠다 ㅠ
실컷 울고 싶은 사람들..!!! 호프 보세요..!! 꼭이요...!!
------------------------------------------------------까지 쓰고 약 3개월이나 지나버렸다🤦♀️
한 번은 더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계속해서 스케줄을 체크했는데.. 원하는 조합이 정말 안 나왔다. ㅠㅠ
내가 원했던 건 베르트 배우 변경, 호프 이혜경, 과거 호프 최서연, K는 이전에 본 백형훈 배우 외 다른 배우 누구든 ㅇㅋ
그리고 막공 직전에야 이 조합을 찾아서 보게 됐다. 그래도 보게 된 것 자체가 얼마나 다행인지. ㅎㅎ
이번엔 7열 중앙블록인데.. 시야 끝내준다!! 아주 뻥 뚫려 있어서 시원할 정도 ㅎㅎ
극 초반 장면과 넘버들은 두 번째로 봤음에도 어수선하고 알아듣기 어려웠다🥲 여전히 이 부분은 불호네요..ㅎㅎ
이혜경 배우 눈물이 많다는 후기를 많이 봤는데, 정말 많이 우셨다. 와중에 그 어려운 넘버도 전혀 불안하지 않게 소화하는 게 대단했다. 과거 회상 장면이 나올 때는 오직 마리만 보는데 그게 정말 애잔하게 느껴졌다.
조형균 배우는 초연부터 계속 참여하다 보니 영상으로 하도 많이 봐서 왠지 익숙하게 느껴졌는데.. 영상보다 훨씬 고음으로 애드리브를 해서 놀랐다. 그리고 생각보다 훨씬 감정이 풍부한 원고지였다. 옆으로 서서 고개를 꼿꼿이 들고 노래를 부르는데 안 보이는 쪽 얼굴에 눈물이 떨어지는 게 보일정도.
홍륜희 배우는 이번에 처음 보게 된 배우인데, 매우 안정적인 느낌이었다. 김보경 배우와 마찬가지로. 개인적으로 K와 마리는 배우를 고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ㅎㅎ👍
최서연 배우는 역시 음색이 예쁘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명창! 다만.. 대사를 치는 톤이나 몸짓이 좀 어수선했다. 스위니토드에서 봤을 때처럼 약간 정신이 없는... 그때는 캐릭터가 그런 탓이라고 생각했는데.. 심하게 거슬렸던 건 아니지만 베스트는 아닌.. 뭐 그런 느낌이다😅
베르트의 경우 지난 관극 때 가장 불호가 심하게 떴던 배우를 피해 선택을 했는데.. 노래나 음색은 지난 배우보다는 훨씬 괜찮았지만 연기의 문제인지.. 이상하게 몰입이 잘 안 됐다. 극 중 중요한 캐릭터인데 이번 공연의 배우들이 최선은 아닌 듯하다.
카델까지 모든 배우들이 저번 관극과는 달라졌는데, 이기현 배우는 특별한 불호 포인트 없이 무난했으나 반정모 배우를 좀 더 선호한다.
지난 관극에 비해 불호 포인트를 많이 쓴 것 같지만 호프는 호프다.
관극 하면서 역시 영상으로 보는 것과는 역시 다른 현장감, 위압감을 느낄 수 있어서 괜히 벅차올랐다👍
그리고 지난 관극에서는 눈치채지 못했으나 책갈피 역의 모든 배우들의 목소리가 상당히 멋지다.
이번에는 귀여운 커튼콜 촬영을 잊지 않고 했다. 대신 박수를 많이 못 쳐서 아쉬움 ㅠㅠ
관극 마치고 나니..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내일이 막공이고.. 일정이 있다 보니 무리... ㅠㅠ
다음에 돌아올 호프를 기약할 수밖에...
김수연 배우.. 정말 잘했는데.. 했던 작품을 또 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배우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ㅠㅠㅠ
진짜 최곤데... ㅠㅠ 다음 기회가 또 있길 바란다😂
이제 진짜 끝이지만.. 호프 못 본 사람 없어야 한다 ㅠㅠ 호프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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