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이 책을 읽고 울고 있는 사람들의 쇼츠를 본 적이 있다. 외국인들이 그런 표정으로 우는 게 좀 신선해서, 책 읽으면서 우는 걸 나도 좋아하는 편이니까😅 한 번 읽어야지- 하고 생각하다 읽게 됐다.
도서관은 예약도 꽉 차 있어서 시도도 못하다가, 생각지도 않았던 이북으로 읽게 됐다.
다 읽은 지금.. 기진맥진한 상태다. 결론적으로 영상에서 봤던 것처럼 나 역시 여러 번 울었는데😹 감동받아서 운 건 아니었고.. 화가 나서, 사무쳐서, 마음 아파서.. 뭐 이런 이유였다. 그래서인지 주변 사람에게 과연 이 책을 추천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추천할 수 없을 것 같다는 결론🤯 이 책을 읽고 생각하게 되는 건 인생 엿같다는 것이기에.. 핳ㅎ
일단 종이책 기준으로 봐도 어마어마한 양이다. 초반에는 너무 많은 인물들이 나와서 헷갈리기도 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다 파악하는데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데, 1권의 중반부까지 읽고 나면 꽤 빠르게 책장이 넘어가서.. 1권 중반까지 읽는데 한 일주일은 걸린 것 같은데, 1권 중반부터 2권 끝까지는 3일 만에 끝나버렸다.
이 책의 주인공은 주드. 처음엔 그를 포함한 대학시절 그의 친구 무리인 맬컴, 윌럼, 제이비의 시점에서 그들의 이야기가 꽤 길게 설명된다. 그들의 가족, 그들의 고뇌,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들까지. 이 부분을 읽을 땐, 사실적이면서도 솔직한 표현이 많아서 엘레나 페란테의 ‘나의 눈부신 친구’의 남자 버전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보다 훨~씬 하드코어다😇 결국엔 그들의 5-60대까지 그리는 후반부에 이르면..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가 떠올랐다. 모두가 다르게 살았는데 각자의 방식으로 모두 불행했던.. 근데 또 그보다 이 책이 훨~씬 하드코어라는 거🤦♀️
그 네 명의 친구가 느끼는 감정들이 부분적으로 다 이해가 돼서 공감도 하고, 같이 마음 아파하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결국 그들은 사회적으로 다 성공하기 때문에 그 공감이 더 오래가지는 않긴 하지만 핳ㅎㅎ
무튼, 예상보다 빠르게 시간의 흐름이 표현되고, 이제는 주인공 주드에 대한 서술이 주를 이루게 되기 시작한다. 그는 다리가 불편하고, 종종 그 다리로 인해 끔찍한 고통을 겪기도 하는데 절대 친구들에게 티를 내려하지 않는다. 또, 그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안 하기 때문에 친구들을 섭섭하게 하는데, 그것에 대해 대놓고 불평을 해도 그가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는 일은 없다. 그의 이야기는 독자인 우리들에게도 부분적으로 그리고 천천히 드러나게 된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는 고아였고 수도원, 고아원을 거치기도 했지만 끔찍한 폭력과 성적 학대를 당했다. 그 와중에 그가 믿고 함께 도망쳤던 사람 역시 그에게 성매매를 시켰고, 끔찍한 현실에서 도망치려 했을 때, 그보다 더 끔찍한 일을 당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다리에도 장애가 생긴 것. 그는 자신을 더럽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고, 평생 자해를 하며 스스로의 더러움을 씻어낸다고 여겼다. 이렇게 불행만 이어질 수 있나 싶을 정도라 그의 인생이 너무 가혹해서 솔직히 좀 보기 어려웠다. 오죽하면, 그 역시 시간이 흘러 꽤 그럴듯한 어른이 되었을 때 인생이 자기에게 사죄를 하는 것 같다고 느낀다. 이 어린 시절의 학대 장면, 그리고 그로 인해 영원히 망가진 그가 평생 자해를 하는 장면도 길게, 꽤 자세히 나오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이미 이 책을 못 읽을 이유 하나가 생긴다🤮
자존감이 좀 낮은 사람이라면 주드의 감정들이 이해가 되고, 공감도 가지만.. 정도가 좀 심해서 이걸 어디까지 받아들이냐의 문제일 것이다. 어느 정도에 이르면 답답해서 화가 나는 지점이 오게 된다👿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사람들은 그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그는 많이 망가져 있다🥲 나는 빡침과 공감을 오가며 읽었기 때문에 그나마 완독을 할 수 있었지만.. 호불호가 갈린다는 평가도 완전 이해한다.
그의 말대로 인생이 그에게 사죄하듯이, 유년 시절의 비현실적인 불행에 이어 그의 성년기는 비현실적인 행운이 계속된다. 그는 업무에 유능했고, 많은 돈을 벌었고, 그의 모든 비밀들에도 불구하고 항상 그에게 애정을 보여주는 친구들과 친구들의 가족들이 곁에 있다. 또, 그를 좋게 봐주고 지지해 주던 교수인 해럴드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다 서른 살의 나이에 그에게 입양이 되며 든든한 부모까지 생긴다. 서른 살에 입양이라니.. 이 얼마나 비현실적인가.. 그럼에도 그 모든 일이 그에게 생겼고, 주변 사람들은 그가 모든 걸 가졌다고 여기지만, 그는 여전히 학대당한 어린아이에서 자라지 못한 채였다. 언제 친구들에게 버림받고, 해럴드가 입양을 취소하게 되고 그를 경멸하게 될지 항상 두려워하기 때문에,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자해를 하며 그의 몸을 너덜너덜하게 만들어간다.
계속 읽다가 나 역시 너덜너덜해지는 기분이라.. 이걸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고민이 되는 시기가 왔다😳 최대한 스포일러를 피해 가며 다른 사람들은 어땠는지 찾아봤는데 케일럽 때문에 화난 사람들의 후기를 읽게 됐다. 케일럽 등장도 안 한 시점인데..?? 그래, 케일럽 까지만 읽어보자.. 하고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읽는데… 🤯 케일럽 부분이 이 책을 읽다 크게 운 첫 번째 지점이었다. 너무 화가 나서🤪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오랫동안 자신의 곁에서 사랑을 보여준 그 비현실적인 사람들을 다 제치고, 갑자기 나타난 쓰레기의 말만 믿는 주드가 어처구니가 없어서😂 정도는 다르지만 거울치료 효과도 있었다. 해럴드가 너는 정말 아름다운 사람인데 네가 그걸 못 봐서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는 얘기를 해줄 때.. 비슷한 얘길 해준 사람이 생각나서🥲 주드랑 닮은 부분은 뿌리 뽑듯이 없애자 나 자신아🤦♀️
책의 제목인 a little life가 나오는 부분은 많지 않은데, 주드가 자신의 ‘보잘것없는 삶’을 담담하게 이야기할 때와, 루크 수사게 의해 억지로 성매매를 하게 됐을 때 주드가 자포자기한 태도를 보이자 ‘약간의 활기’를 보이라는 얘기를 들을 때다. 둘 다 좋은 상황은 아니라는 게.. 이 책의 제목이 표현하고자 한 것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늘 곁에 있어준 윌럼과는 오랜 시간이 지나 연인이 된다. 마침내 모든 게 완벽해진 것 같지만 주드는 여전히 불안하고, 아무것도 얘기하지 못하고, 자해를 넘어 자살 시도까지 이어진다. 주드의 생명에 주드보다 더 매달리고 있는 것 같다는 얘기까지 하는 윌럼. 자해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굳게 약속한 후에도 다시 자해를 한 주드를 목격하자, 망설임 없이 자신의 몸에도 자해를 하고 고통스러워한다.🤦♀️ 주드를 이해하기 위해 억지로라도 그의 과거를 털어놓게 하고… 드디어 주드는 자신의 이야기를 타인에게 전부 털어놓을 수 있게 된다. 비록 그 이야기를 들으며 윌럼은 세 번이나 토해야 했지만.. 그리고, 정말 가혹하게도 윌럼은 교통사고로 즉사한다.
ㅎㅎ…. 이럴 필요 있나… 맬컴과 맬컴의 아내와 함께 차를 타고 주드에게 가다가 트럭사고로 셋다 사망한다.🤯 이건.. 그냥 주드 죽으라는거 아닌가요?..ㅎㅎ.. 주드는 윌럼만 살아날 수 있다면 해럴드의 목숨도, 제이비의 목숨도 바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폭주한다. 그 비통함이 이해는 가지만.. 해럴드한테 너무 한 거 아니냐ㅠ 사랑이 뭐길래😱
무튼.. 주드는 그 이후로 산 송장으로 3년 간 살다가 결국 자살한다. 그리고 해럴드의 시점으로 후일담이 나오는데.. 이 부분이 마음이 너무 아프면서도 자꾸 생각나서 책을 다 읽은 후에도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주드는 살아있을 때 자신의 모든 과거 이야기를 윌럼에게만 했지만.. 죽을 때 해럴드와 줄리아에게도 사죄와 함께 자신의 과거를 다 밝힌다. 결국 과거의 악령에게서 도망치지 못한 상태로 죽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걸 알게 된 해럴드는 자신의 인생도 중요한 면에서 실패한 것 같다고 고백한다. 그렇지만 해럴드가 무슨 잘못인가 싶고..😭
주드의 장례식엔 많은 친구들이 함께하지만. 대부분의 친구들든 이른 나이에 죽음을 맞이한다. 앤디, 리처드는 오히려 맬컴이나 제이비보다도 주드와 가까웠는데 각자 심장 마비와 뇌졸중으로 예순쯤 죽고, 남은 건 해럴드와 제이비뿐이다. 해럴드는 자신이 주드를 행복하게 해 줬을지 궁금해하는데, 글쎄.. 누가 답할 수 있을까.. 꽉 닫힌 비극적인 결말이라는 게 이 책을 자꾸만 생각나게 하는 이유인 것 같다.
결국 주드는 비극적이었던 초년기를 극복하지 못한채, 끝까지 자신의 존재를 비관하며 자살했다. 옮긴이는 주드가 당한 일들이 최고의 문명과 공동체도 구원하지 못할 끔찍한 범죄임을 강조하는 거라고 했지만.. 비슷한 피해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도 있었던 것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런 경험이 있어도.. 극복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마음도 아프고, 생각이 자꾸 길어지는데 빨리 여기서 벗어나야 할 것 같아 마무리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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