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뮤지컬에 빠져 지냈던지라 연극을 볼 생각까진 안 해봤다.
오케스트라나 넘버 없이 진행되는 건 왠지 심심하게 느껴질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다 우연히 인터파크티켓 앱에 들어갔는데 아마데우스의 포스터를 보고 영업당해 버렸다..ㅎ
'욕망을 갖게 했으면 재능도 주셨어야죠. 이제부터 우린 영원한 적입니다'
신에게 대항하는 인간. 이거 뭐 프랑켄슈타인도 생각나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만한 감정이라 이입도 잘될 것 같았다.
연극이라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지만 젠더프리로 살리에리를 연기하는 차지연 배우가 보고 싶은 마음도 더해져 관극 결정!
이제 모차르트를 누구로 볼 건지 정하면 되는데.. 모든 배우가 다 초면인 상태인 와중에.. 최우혁배우가 눈에 띄었다.
프랑켄슈타인에서 앙리역을 맡았던 배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프랑켄 가족..... 물론 직접 본 적은 없지만 ㅠㅋㅋ
앙리 했으면 뭐 실력은 보장된 거 아니겠어요?? 무려 프랑켄으로 데뷔한 배우라고..!!
그래서 최우혁 배우로 결정!
아마데우스는 세종문화회관 M 시어터에서 공연 중이다. 이곳도 처음인데.. 세종문화회관 바로 옆에 있어서 찾기 어렵진 않았다.
지하철 역도 가까워서 아주 쾌적.
티켓을 겟한 지 하도 오래 돼서 어느 자리였는지도 몰랐는데 4열 오른쪽 블록이었다.ㅎㅎ
생각보다 공연장이 커서 놀랐는데.. 무대가 커서 사이드여도 시야 방해가 크진 않아서 다행이었다.
근데 확실히 뒷 좌석이라면 오글이 필요할 듯.
딱 여기까지만 업로드되고.. 길게 쓴 후기가 티스토리 오류로 전부 날아갔다.
[임시저장도 날아갔다.. 그걸 다시 쓸 힘은 없네요]라고 쓰고 마무리하려고 했지...
절대 다시 못쓸 것 같았지만.. 그래도 후기를 남겨두고 싶어서 써보려고 한다. 원래 썼던 것만큼은 못 쓰겠지만..
내용은 이렇다. 신실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살리에리는 본인의 음악으로 신을 받들고자 한다. 그러던 중 천재 모차르트를 만나고 크게 절망하게 되는데.. 신이 선택한 건 본인이 아니라 방탕하고 건방진 모차르트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 후 그는 신을 저주하며 신이 본인에게 준 건 모차르트를 알아보는 능력뿐이라며 자조한다. 그리고는 신의 뜻대로 되지는 않게 하겠다며 모차르트의 인생을 조금씩 방해하고.. 모차르트는 본인의 방탕한 생활과 살리에리의 약간의 개입으로 어린 나이에 파멸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살리에리는 모차르트도 알아보지 못한 멍청한 사람들의 찬사를 받으며 승승장구하는 본인에게 오히려 자괴감을 느끼며 오랜 시간을 더 살다가.. 서서히 본인은 잊히고 모차르트의 음악이 인정받는 모습까지 보게 된다. 그러자 모차르트를 죽인 인물로라도 남고자 본인이 모차르트를 죽였음을 알리지만 그 누구도 믿어주지 않는다.
사실 이 극을 보기 전에는 살리에리에게 과몰입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 그렇진 않았다. 물론 중간중간 그에게 이입이 되긴 했지만, 그 역시도 평범하지 않다. 능력 있고 잘난 사람을 보고 당연히 질투나 자괴감을 느낄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을 망쳐버리고 싶어 한다? 평범한 사람은 그렇지 않다. 그의 신실함은 신이 요구한 것이 아니다. 자신만의 기준으로 생각한 방식으로 신을 받들었는데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해서 그렇게 폭주한다는 게 좀.. 반대로 자의식과잉인 인물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상 모차르트의 파멸은 대부분 모차르트 자신의 방탕함 때문이었고 살리에리의 영향이 그렇게 크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데, 본인이 모차르트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것부터 정상은 아니다🤦♀️
마지막에 살리에리는 '평범한 사람들이여. 저는 평범한 사람들의 수호자입니다. 저를 떠올리세요. 제가 당신들을 용서하겠습니다.' 뭐 이런 대사를 하는데, 저희가 왜 용서를 받아야 하죠?? 당신이야말로 모차르트에게도 용서받지 못했고 신에게 인정을 받지 못한 사람인데.. 무슨 권리로 저희를 용서하시나요?? 저희가 무슨 죄를 지었죠?? 존재 자체가 죄인가요?? 뭐 이런 생각이 들어 읭? 스러웠는데..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해서 이런 감정을 느낀 걸 수도 있다..ㅎㅎ;; 아무튼 생각이 너무나 많아지는 연극이었던 것만은 분명하니 훌륭한 연극인 거겠지?
연극이지만 음악가들의 이야기이다 보니, 음악과 오페라가 꽤 자주 등장해서 심심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디까지가 라이브고 어디까지가 립싱크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저 명곡이 극과 어우러져 나온다는 것 자체만으로 좋았다.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라 실제와 하구의 구분이 모호한 것도 흥미로웠다. 일단, 살리에리는 분명하게 본인이 모차르트를 죽이지 않았다고 말했으며, 그런 소문에 상당히 불쾌했다고 한다. 또, 그는 말년까지 명예롭게 살다가 편히 죽었다고 한다. 사실 모차르트가 저렇게 방탕한 인물인 것도 잘 몰랐다. 유명한 초상화가 그냥 고급스러워서 우아하게 살다 간 사람으로만 기억했는데, 연극 안에서의 모습은 꽤 의외였다. 곧 올라올 뮤지컬도 좀 보고 해야겠다. 실제로 문란했던 건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것 같다. 매독으로 죽었다는 얘기가 있는가 하면 콘스탄체 외에 다른 여자는 없었다는 얘기도 있고.. 뭐 아무튼!!
배우들에 대해 말하자면 차지연 배우 역시 대단한 에너지였고, 대사량이 정말 어마어마해서 어떻게 저걸 다 외울 수가 있나 감탄할 뿐이었다. 다만, 러닝 타임이 칼 같았으니 의도된 바였겠지만 대사 속도가 너무 빨라서 따라가기가 버거웠다ㅠ 최우혁 배우는 프랑켄 넘버 부르는 모습만 봐서 묵직한 이미지로 생각했는데 애송이 모차르트 역할을 정말 잘 소화해서 짜증이 좀 났다ㅋㅋㅋㅋ 한결같은 고음으로 연기를 하는데 굉장히 의외인 모습이었고, 생각보다 연기가 본격적이라 놀랐다. 앞으로도 다른 극에서 많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콘스탄체 역 같은 경우는 좋은 후기를 찾기가 어려웠는데.. 개인적으로 유유진 배우는 크게 거슬리는 점 없이 극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김민철 배우는 최우혁 배우와는 반대로 고음으로 노래하는 모습 보다가 저음으로 연기를 하는 모습을 보니 적응이 안 돼섴ㅋㅋㅋㅋ 꽤 오랫동안 알아보지 못하고 인지부조화가 왔다.. ㅠㅠㅋㅋ 배우들이란..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
이 극에서 작은 바람들은 엘리자벳에서 죽음의 천사들, 베토벤에서 혼령들과 비슷한 역할로 나오는데, 가장 잘 어우러지게 극에 녹아들었다고 생각한다. 적재적소에서 활약하고 따로 또 같이 연기를 하는 데 모두가 돋보였다. 한 번 정도 더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드는데 어떤 배우들로 봐야 할지 선택하기가 어렵다ㅜ 맛보기 영상 같은 걸 봐도 고르기 쉽지 않아서 그냥 극을 머릿속에서 몇 번 더 곱씹어 보려고 한다. 좋은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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