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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6 뮤지컬 타오르는 어둠속에서 (스포 O)

일단 보고

by 일단하는사람 2023. 9. 22.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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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원작이 있는 창작 초연 뮤지컬이다.

 

더테일에 한창 빠져있을 때, 존과 바이런을 맡았던 배우들의 차기작이라 눈여겨보게 되었고, 선공개곡 중 '모두 장님이니까'는 처음 듣는 순간부터 좋아서 보러 가야겠다. 하고 계속 마음만 먹고 있었다.

 

9월에 이미 이것저것 보려고 했던 게 있어서 나중에 봐야지~ 했는데 커튼콜 영상에서 까를로스역의 배우들이 눈물 흘리는 영상을 보고 관극을 앞당겨야겠다! 했는데 마침 관객과의 대화 이벤트가 떠서 바로 결제해 버렸다.ㅋㅋㅋ

 

 

 

링크아트센터 페이코 홀에서 올라오는 공연.

 

처음 가보는 공연장인데, 약간? 은 외진 곳에 있다.

 

근데 또 건물은 엄청 세련됨👍

 

관극 할 때 춥다는 후기를 많이 봤는데, 더 테일을 경험해서 그런지 이 정도는 뭐 ^-^

 

관객과의 대화 이벤트가 공개되자마자 표가 엄청 나가서 ㅠ 뒷자리만 남았었는데 2열 차이로 r석과 s석이 나뉘게 돼서 이번엔 s석을 도전해 봤다.

 

시야가 전체적으로 괜찮다는 후기도 봤는데... 음.... 개인적으로는 무조건 앞열을 가는 걸 추천한다.

 

좌블이든 우블이든 상관없이 무조건 앞.

 

공연장이 완전 영화관이랑 똑같아서... 뒤로 갈수록 너무 높아져서 1층임에도 2층에서 보는 느낌.

 

M열이었는데.. 웬만한 극장의 2-3층은 될 것 같았다🤦‍♀️ 다행히 정수리만 보이는 시야까지는 아니었으나.. 꽤 당황스러웠다ㅋㅋㅋ

 

 

이 날의 캐스트.

 

드디어 박정원 배우를 본다.ㅋㅋㅋ 첫 대학로 뮤지컬인 테레즈 라캥 때부터 영상으로는 봐왔는데... 때가 맞질 않아서 못 보고ㅠ 더 테일에서도 유일하게 못 본 배우라서 꼭 보고 싶었다.

 

후아나 역의 주다온 배우도 처음 보는데, 공연 사진을 보던 중 장님 역할에 맞게 초점이 없는 눈으로 연기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아서 보게 됐다. 눈이 커서 맹인 연기가 더 눈에 많이 들어왔고, 연기, 노래도 너무 좋았다.

 

홍승안 배우도 기대를 많이 하고 봤다.ㅋㅋ 더테일 존을 연기할 때는 초반에 가장 꼬장꼬장한 존이라고 생각했는데, 초반의 이그나시오가 한없이 약해 보여서 의외였다. 그리고 극 내내 은은하게 눈물을 머금고 있어서 눈 주위가 나무위키에 써져 있는 것처럼 ㅋㅋㅋ 섀도를 한 듯 붉게 물들어 있던 게 인상적이었다. 

 

일단은 극 내용.

 

그들만의 세상인 돈 파블로 맹인학교에서 평화롭고 행복하게 지내던 아이들. 

 

지극히 현실적이고 비관적인 이그나시오가 이 학교에 들어오며 하나둘씩 변하기 시작한다.

 

학교의 모범생인 까를로스는 이그나시오와 가장 심하게 대립하고, 도냐 페피타는 가장 아끼는 까를로스에게 이그나시오가 더 이상 이곳을 망가뜨리지 않고 제 발로 나가게 만들라고 얘기한다.

 

어느 날, 이 학교에서 유일하게 앞을 볼 수 있는 도냐 페피타는 무언갈 보고 절규하는데 그 직후, 이그나시오는 옥상에서 떨어져 사망한다. 처음으로 그를 발견한(실제로 보진 못하지만 알게 된 까를로스는 옥상에서 떨어진 것 같다고 얘기한다. 이그나시오의 뜻을 따라 변했던 아이들은 자살한 걸 수도 있다며 쉽게 받아들이고, 까를로스는 그의 죽음을 떠올리며 도냐 페피타와 언쟁을 벌인다. 그리고 마지막, 도냐 페피타와 후아나가 소리를 지르며 까를로스를 부르며 극은 끝난다. 

 

극이 직접적인 방식으로 표현하진 않지만, 배우들의 연기에 따라 까를로스가 이그나시오를 죽인 이야기가 되기도 하고, 순수힌 목격자가 될 수도 있다. 또,  마지막 장면에 까를로스가 자살하는 암시하기도 한다. 내가 본 날은 확실히 까를로스는 이그나시오를 죽였고, 본인도 자살을 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해석의 여지가 있는 극들이 개인적으로는 참 좋은 것 같다.

 

한 번 밖에 보지 않아서.. 기억이 완전하지는 않다는 게 아쉽지만 극 내용도 흥미롭고, 넘버들도 좋았다.

 

그래도 가장 좋은 넘버는 이그나시오가 지팡이를 치며 부르는 '모두 장님이니까'bbbb

 

또 기억에 남는 넘버는 이그나시오가 첫 등장할 때, 지팡이 소리에 혼란스러워하는 아이들이 '틱탁!' 하며 부르는 노래. 노래인가? 장면인가? 무튼 그 부분.

 

솔직히 나도 비관적인 편이라 이그나시오와 더 닮은 사람인데.. 그럼에도 그를 이해하긴 어려웠다.

 

안타깝지만 그들이  앞을 볼 수 없다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인데, 굳이 자학하고, 앞을 보고 싶다며 이뤄질 수 없는 꿈만을 쫓는 모습이. 그의 어두움을 모두 전파시키려는 모습도. 본인의 어두움을 이해할 친구가 필요한 거라고 말을 하고, 결국 그의 뜻대로 다른 친구들을 그렇게 만들어 놓고 순수하게 행복해하는 모습까지도. 극에 나오는 것처럼 다른 사람을 전염시키는 질병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내가 현실의 안락함만 추구하고, 안주하려고 하는 성향이라서 그런걸까... ㅎㅎ;; 캐릭터와는 별개로,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이그나시오는 왜 그렇게 앞을 보는 사람에 대해 적대적인가요?'라는 질문이 있었는데, 홍승안 배우가 그 인물의 인생을 나름대로 생각하며 그 감정을 차곡차곡 쌓는 모습이 멋졌다. '그는 가능한 많은 책을 읽으며 공부를 해왔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여러 사상을 접하게 되는데, 보이는 사람들의 염세주의, 비관주의 같은 것을 접하고는 본인은 그런 그들 보다도 한 단계 더 아래에 있다는 것에 대한 분노가 생겼을 것이다. 더 나아가 신에 대한 원망으로까지 갔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들과 같은 선상에서 시작을 하고 싶어도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에 대한 분노가 다른 사람에게 향하게 되지 않았을까' 뭐 이런 뉘앙스의 대답이었는데, 물론 배우들은 캐릭터를 위해 많은 공부를 하고 연구를 하겠지만, 그럼에도 직접 배우의 입으로 이런저런 서사를 듣게 되니 참 좋았다.

 

까를로스는 이그나시오의 등장에 의해 점점 모든 걸 잃어가는데, 그 과정 하나하나가 안타까우면서도 무서웠다. 이그나시오의 죽음 이후, 도냐 페피타는 불미스러운 사건 자체를 조용히 묻으려 하지만, 까를로스와 대화를 하며 본인이 무언갈 봤다는 걸 은근히 어필한다. 그때, 완전 흑회한 까를로스는 늘 복종하던 도냐 페피타를 큰 소리로 윽박지르며 '뭔가 봤더라도 그걸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 없다면 그건 본 게 아니라고. 여기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고 소리치는데 그 모습이 서글프기도 했다. 박정원 배우는 같은 캐릭터라도 감정이 넘치게 연기하는 편이라는 게 특징인 것 같다. 커튼콜에서 너무 멀어서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눈물을 쓱-닦는 모습이 기억에 남고 사실 이 커튼콜을 보기 위해서만이라도 우블 앞자리에서 한번 더 보고 싶다.ㅋㅋㅋ 이그나시오와 까를로스는 가까이 있는 장면보다는 서로 먼 곳에 있는 경우가 많아 두 배우를 다 보는 게 힘들었다😭 다음이 있다면 오글 안 끼는 자리에서 전체적으로 둘 다 보고 싶다 ㅠㅠ 관객과의 대화에서 이 캐릭터의 끝이 다가올 때  '철의 정신으로'를 중얼거리게 되는 정서에 대한 얘기를 해줬는데, 초반과 마지막의 '철의 정신'에 대한 마음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얘기하며 그 자체가 학교에서 겪은 모든 것을 함축하는 단어일 거라고 생각했다는 것에 이마를 탁! 쳤다. 이그나시오가 의자를 앞에 두고 두려움에 관한 테스트를 했을 때에도 연기를 하면서 본인의 생각도 처음과 달라졌다는 얘기를 했다. 처음 연기할 땐, 그저 예민한 감각으로 의자를 눈치채서 멈칫했다고 생각했지만, 연기를 하면서 두려움 때문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니.. 배우란 정말 신비한 존재다.

 

후아나의 경우 굉장히 굳건하게 본인 자리를 지키는 캐릭터다. 비록 이그나시오와의 미묘한 관계를 의심받지만, 주다온 배우가 연기한 후아나는 이그나시오한테 흔들리지 않았다는 느낌이 더 컸다. 덤덤한 척하는 까를로스가 후아나를 보낸 후 참았던 눈물을 흘리고 무대가 암전이 되는데, 암전속에서 후아나가 서럽게 우는 소리가 나던 게 기억이 난다. 배우가 눈이 커서 눈의 초점이 워낙 잘 보이다 보니 ㅎㅎ;; 열심히 초잠을 흐리며 맹인 연기를 하는 것도 보여서 또 호감. 앞으로 더 관심이 갈 것 같다. 관객과의 대화에서 보지 못해 아쉬웠다 ㅠ

 

도냐 페피타. 이영미 배우는 렘 이후로 대학로 무대에서 보니 또 반가웠다. ㅎㅎ 노래 중간중간에 렘이 생각나기도 하고. 생각보다 비중이 큰 역할이었다. '까를로스에게 이그나시오를 내보내라고 해놓고, 막상 이그나시오의 죽음 이후에 까를로스를 심하게 다그치는데, 도대체 뭘 원한 거냐?'라는 물음에 항변하는 게 뭔가 귀여웠다. 정말 '조용히' '나가게 하기'를 바란 것이지 이런 극단적인 결괴를 예상하고 원한게 아니라고 ㅠㅠ 그렇지만 어른으로서, 본인이 하는 말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는 좀 더 깊게 생각하고 얘기했어야 했다는 말에 굉장한 어른이다.라고 느낌ㅋㅋ 그리고, 연기할 때는 사실 이 장면 자체가 실재했던 일이 아니라 까를로스가 마음을 다잡기 위해 상상으로 그려낸 장면이라는 생각도 한다고 했다. 역시.. 배우는 신비로워....👍

 

미겔린의 이진혁 배우는 가장 먼저 이그나시오에게 넘어가는 역할임에도, 그 과정이 자세히 그려지지 않아 선동으로 보일 것 같아 좀 더 설득력 있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또, 아마 이그나시오의 룸메이트로서 까를로스의 의자 테스트와 같은 과정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나름의 서사를 열심히 생각한 것 같았다.

 

에스페란사의 하연 배우는 이리저리 휩쓸리는 친구들은 사실상 관객과 같은 입장이라고 생각했다고 대답했는데.. 이해는 물론 가고, 좋은 해석이다.라고 생각했지만.. 관객이 저렇게나 아무 생각 없이 박쥐 같나요? ㅜㅜㅜㅜ 싶어 괜히 서운...ㅋㅋ 물론.. 금방 타오르고 식는 대중들을 생각하면 그런 해석이 무리는 아니긴 하다..

 

근데 이그나시오가 죽고 난 후 슬프고 괴로운 건 까를로스밖에 없어 보였다고요ㅜㅜㅠ 서운해... 이그나시오는 후반에 정말로 친구들과 행복해 보였는데... ㅠㅠㅠ 삶.. 참 부질없다ㅠ 뭐 이런 생각도 들고..ㅎㅎ 무튼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극인 건 틀림없다. 자둘은.. 나중에 좋은 기회가 생긴다면.. 가능할지도? 근데 주인공 세명 배우가 다 너무 좋아서 다른 배우로 볼 생각이 없다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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