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걸로 유명한 뮤지컬이라는 얘기도 있는 뮤지컬 사의 찬미.
한창 대극장 뮤지컬만 보던 작년에도, 사의 찬미 공연 소식은 핫해서 한번 볼까? 했었다.
근데 그 당시에는 최수진 배우 외에 아는 배우도 없었고;; 전부 매진이라..ㅎㅎ 별 미련 없이 보내줬던.. 그런 뮤지컬이다.
그리고 올해, 주민진 배우에게 빠지고서 거의 처음으로 영상이 많이 떴던 행사가 사의 찬미 콘서트라..
보다 보니 넘버에 빠지게 되고, 여러 대학로 뮤지컬도 보게 되며 아는 배우도 많아졌다는.. 그런 이야기 ㅜ
올해가 10주년인데 무슨 사정인지 작년에 뉴캐들과 10주년 배우들을 나눠서 꽤 길게 공연을 했다.
완전 세대교체를 한다면 앞으로 이전 배우들은 보지 못할 텐데 ㅜ 그렇다면 나는 작년에 안 본 걸 매우 후회하게 되겠지..🥲
무튼! 다행히? 올해 간헐적으로 지방 공연을 하고 있다!ㅎㅎ 근데 또 일정이 잘 안 맞아서 슬퍼하다가! 드디어!! 고양에서 하는 공연에 가게 됐다!!🥰
거의 두 달 전에 티켓팅을 해 둔 바람에 얼마나 이 기다림이 길게 느껴졌는지 ㅜ
처음에 티켓팅했을 때 순식간에 자리가 다 빠져서 허탈했는데.. 그래도 그날 계속 붙잡고 있었더니 7열 사이드 까지는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공연 이틀 전. 5열 사이드가 있길래 좌석 변경 이용!!ㅎㅎ
고양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예매를 했더니 수수료 없이도 가능해서 매우 좋았다.
공연 장소는 고양 어울림누리 어울림극장.
전에 레베카를 보러 갔던 아람누리와는 거리가 꽤 있다. 아예 역 자체가 다름!!
아람누리는 지하철 역과 가까웠는데.. 어울림누리는 원당역에서도 10분 이상은 걸어야 하니..
위치를 잘 확인해 보고 시간 계산을 잘해야 한다..!!
캐스팅보드! 주민진 배우를 제외한 나머지 두 배우는 처음이다.
약간 아슬아슬하게 객석에 입장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사내의 10분 전 승선 안내멘트를 들을 수 있었다.
5열 사이드였는데.. 정말 한 13열 정도로 느껴졌다..ㅎㅎ OP석도 있으니 그러려니 해야지.
대신 사이드임에도 전체적으로 볼 수 있었고, 공교롭게도 5열부터 단차가 있다더니.. 시야 가려지는 것 없어서 좋았다.
여기서부터는 뮤지컬 내용에 대해 말할 거니 스포일러가 싫다면 읽지 말 것. 그치만 실존 인물의 얘기다 보니 그렇게 스포일러가 중요한 극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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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 인물인 김우진과 윤심덕은 1926년 8월 4일 조선으로 가는 배에서 실종됐다. 바다 한가운데서의 실종이라니 죽었다고 생각하지만.. 먼 외국에서 그 둘을 봤다는 목격담이 들리기도 하며 죽음마저 큰 스캔들이 된다.
뮤지컬은 그 둘의 죽음이라는 사건에 사내라는 인물을 등장시켜, 그들이 어떻게 그런 결말에 이르게 됐는지를 보여준다.
먼저 사내는 1921년 일본에서 같은 학교에 다니던 김우진에게 접근하여 함께 희곡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본인에겐 사상이, 우진에겐 아름다운 글이 있으니 완벽한 파트너가 될 거라며.
처음에 경계하던 우진은 같은 한국인이며 한명운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 사내와 가까워지게 되고, 사내는 우진과 함께 쓸 희곡의 내용을 말해준다. 부르주아인 한 남자와 가난한 여자의 운명적인 만남. 그리고는 당시 최고의 가수인 윤심덕에게 접근해서 함께 공연을 올리자고 제안한다. 이렇게 세 사람은 만나고, 그 글과 묘하게 닮은 우진과 심덕은 조금 더 특별한 시이가 된다. 희곡을 쓰며 우진은 이 이야기가 비극적이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지만, 사내가 정한 결말은 비극이었고... 우진과 심덕 사이 사내가 개입하며 그 셋의 관계도 조금씩 틀어지게 된다. 그러던 중 사내는 실수인 척 하지만 고의적으로.. 우진이 조선에 가정이 있으며, 도쿄에도 애인이 있음을 말하고, 심덕은 이에 큰 충격을 받는다. 이제 서로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사라진 세 사람. 우진은 사내에 대해 조사하고, 그에 대한 어떤 기록도 없는 걸 확인하고는 그와의 관계를 끝내기로 한다.
그리고 흘러간 5년의 시간. 그 사이 심덕은 여러 구설수에 오르지만, 그때 곁에 있어줬던 건 사내. 우진은 그녀를 버렸다. 그리고 그들은 조선으로 가는 배에서 재회하게 된다. 심덕은 우진에게 남은 감정이 아무것도 없지만, 그래도 시끄러운 이곳이 아닌 어딘가로 자신을 데려다 달라고 부탁하고. 우진은 다시는 심덕을 떠나지 않겠다고 말한다. 두 사람이 지난 감정들을 토로하던 때, 우진은 그동안 사내에 대해 알아본 사실들에 대해 얘기하는데.. 그가 여러 연인들의 죽음에 관여되어 있으며, 그다음은 우리일 거라며 그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그 말에 심덕은 크게 흔들리는데.. 사실 그녀는, 사내와 함께 공모하여 우진을 죽이고 이탈리아로 도피할 계획이었기 때문. 우진은 사내가 쓴 희곡의 결말을 다 읽었기 때문에 예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희곡 속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고는 죄책감에 자살을 하게 되므로 그녀가 원하는 도피는 현실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설득한다.
결국, 우진을 믿기로 한 심덕은 두 사람의 죽음을 희곡의 내용과 똑같이 위장하고 탈출하려 하지만, 당연하게도 사내에게 들키게 되고.. 사내의 글 속 그 둘은 배안에서 죽어야 하지만, 둘은 그대로 따라가지 않겠다며, 새로운 세상으로 가겠다며 진심으로 희망에 부풀어 배 밖으로 뛰어내린다.
에필로그에는 우진이 혼자 나와 그들이 썼던 원고지를 후련하게 던지고 퇴장한다.
인터미션 없이 진행된 극 내내 압도되는 기분으로 긴장 빡! 해서 봤다.
그리고 생각한 건.. 아... 어제도 볼걸...ㅋㅋㅋㅋㅋ 하는 아쉬움.
저 포스터가 배밖으로 뛰어내리는 인물의 시야를 표현해 낸 거라는 걸 알고 무릎을 딱 치기도 했지.
아래쪽 하얀색 선들이 속눈썹을 의미한다고..
뭐 아무튼 그냥 유명한 걸로 유명한 뮤지컬이라기엔 너무 취향저격인 작품이었다.
넘버를 따로 찾아보진 않았었는데.. 대부분이 이미 여기저기서 들어본 넘버라는 것도 재밌었다.
그래도, 극의 긴장감에 따라 불협화음처럼 존재감을 보이는 오케스트라나, 그 속도의 긴박함들이 인상적이었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이 세 개 만으로 이렇게 꽉 찰 수기 있는 거군요.
다행히 10주년이라 영상자료들이 꽤 남아있어서 닳고 닳도록 돌려보고 있다.
이제 남은 건 단양공연뿐인데.. 캐스팅이랑 일정 결정되면 진지하게 고민해 본다!ㅋㅋㅋㅋㅋ
배우와 극 중 인물에 대한 후기를 남기자면.
주민진 배우! 공교롭게도 지금까지 관극 했던 작품 속 직업이 모두 작가시네요..?ㅋㅋㅋ 안경이 생각보다 정말 잘 어울리고, 여전한 명창. 모든 게 사내의 글대로 진행되는 것을 확인하고 점점 신경쇠약이 되어가는 모습이 새로웠다. 어쩌면 많이 심약한 역인데, 그래도 여기 나오는 인물 중 가장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한 인물이었다고 생각한다. 연기도 노래도 좋았지만, 캐릭터에 대해서만 얘기하자면.. 그렇게 순진하게 이미지 메이킹 했으면서 유부남..^-^;; 많이 불쌍하진 않네용...ㅎㅎ 사내에 대해 다 알아본 후에도, 결국 조선으로 가는 배에 탄 건 어쩌면 우진 역시 죽음에 대한 각오를 어느 정도는 한 게 아닌가 싶다. 모든 걸 버리고 오기도 했고.. 자신이 겪고 있는 이 상황을 확인하고 싶었을 수도 있을 테고, 또 그저 심덕을 다시 만나고 싶었을 수도. '날개가 꺾인 한 마리 물새'에서 우리를 가로막는 건, 도, 편견도, 나의 가정도 아니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도덕도, 가정도 가로막을 충분한 이유가 되거든요?라는 반박을 하게 됐다.ㅎ
정연 배우. 어쩌면 가장 큰 충격을 받았던 배우다. 심덕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어찌 보면 꽤 강한 캐릭터인데, 사내의 계획대로 되는 척 위장하려고 본인의 죽음을 연기하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클라이막스에서 사의 찬미 넘버를 부르다 총으로 머리를 쏘는데 광기에 휩싸여 깔깔깔 웃다가 총소리가 나는 게 너무 충격적이었다. 진짜 마스크 안쪽에서 입 벌리고 봤다😲 초반에 어색해하는 우진과의 개그포인트도 잘 살려서 그 갭이 더 크게 느껴졌다. 정연씨... 사의 찬미 계속하세요... 심덕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 중에 최연우 배우도 있는데, 내 안의 이미지로는 이 정도로 강한 캐릭터는 상상이 안 돼서 궁금하다. 빛나고 광기 넘치는 여성 캐릭터..💙 멋져.
정민 배우. 이 극의 첫 시작을 여는 배우인데, 등장하자마자 다리가 너무 길어서 신기했다.ㅋㅋㅋㅋ 비율이.. 어떻게 되는 거지? 사내라는 캐릭터가 서사도 따로 없고, 실존 인물이 아니다 보니 여러모로 해석의 여지가 많은 캐릭터라 연기하기에는 더 어려웠을 것 같다. 관념의 의인화라는 얘기도 있고, 사이코패스라는 얘기도 있는데, 개인적인 해석으로는 죽음의 신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람으로 보기엔 너무 설명이 부족하다 ㅜ 단순하지 않게 죽음의 설계까지 하는 그런 사신. 희곡의 내용을 설명하며, 우진과 심덕이 희곡 속 주인공으로 분해 춤출 때, 손으로 조종하는 듯한 모션을 취한다거나, 심덕의 죽음을 흉내낸다거나 하는 모습이 압권. 조종하는 손짓은 소극장에서는 큰 그림자로 표현되며 연출이 더 와닿는다고 한다.👍연기하는 배우에 따라서도 그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서 심덕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는 경우도 있고, 아예 공포스러운 존재로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는데, 다른 배우들을 안 봐서 잘은 몰라도, 정민 사내의 경우 심덕에 대한 감정이 초반에는 좀 보였다. 그렇지만 사랑까지는 아니고 얕은 관심 정도. 그러나 그 이후로는 얄짤없다😅 사신이라고 생각하고 봤을 때 그 타겟은 어떻게 선정한 걸까? 극 중에서는 우진에게 먼저 접근하지만, 더 흥미로운 타겟은 심덕이 아니었을까? 유명 가수이기도 했고, 오래 살 마음 없다고 본인 스스로 얘기하는 사람이니까. 더 매력적인 타겟이었을 것 같다. 사내의 노래 가사 중 '넌 나의 히로인'이라고 지칭하며 죽음을 재촉하는 부분도 있고..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여지가 많은 캐릭터라 흥미로웠다.
오랜만? 에 관극이기도 했고, 극 자체가 도파민 풀 충전극이라 참 만족스러웠다✨ 소극장에서 보면 또 다른 느낌을 받을 것 같은데.. 그때.. 내 자리.. 구할 수 있겠지..?? ㅠㅠ 뭐 아무튼 그저 열렬한 팬으로 열심히 기다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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