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도 이런 일이 생기다니! 개인적으로는 매우 신기한 인연으로? 연극을 보게 됐다.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에 인터미션이 없다는 게 살짝 두려웠지만..
시놉시스도 흥미로워 보여서 도전해 보기로..!!⭐️
공연 기간이 짧아서 후기를 공연 막이 내려간 뒤에야 쓰게 됐다 ㅜㅜ
공연은 정동극장 세실에서 올라왔다.
정동극장과 세실은 같은 위치에 건물만 다를 것 같지만..!!!
걸어서 10분 정도의 거리가 있다! 그래도 그 정도면 양호한 것 같기도 하궁...ㅎㅎ;
공연 전, 잠깐 시간을 내서 세실 건물 옥상에 올라가 봤다.
유럽 같은 풍경에 하늘도 참 맑았네🩵
탁 트여 있어서 기분전환도 되니 올라가 보는 거 추천!
무대사진은 촬영 가능했다. 모든 면이 까맣게 칠해져 있는 것이 강렬하다.
중앙블럭 7-8열의 시야다. 크지 않은 극장이라 시야는 매우 좋았으나 앞 뒤 간격이 상당히 가깝고 단차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긴 시간 동안... 힘냈다 나 자신☺️
원캐스트로 열흘 정도 진행된 공연. 모든 배우들이 처음이었는데 다들 훌륭하고 멋있으셨음👍
특히 '집' 역할을 한 최희진 배우가 극을 매우 잘 이끌어갔다👍
이제부터는 줄거리 스포와 감상--------------------------------------------------------------------------------------------
독일의 검은 숲. 그 숲은 사람들이 죽으러 가는 곳이다.
그 숲 바로 근처 집이 있는데, 한국인 건축가가 본인의 언니와 조카를 위해 열심히 지었으나 그들은 떠나버리고 홀로 과로사한 그의 영혼이 깃든 집이 되었다.
집이 되어버린 그의 영혼은 버려진 집과 함께 오랜 시간 그저 존재하다가, 한인 무용수 엠마와 그의 남편을 맞이하게 된다.
엠마의 남편은 근육이 점점 굳어가는 병으로 심신이 피폐해졌고, 죽음을 갈구하는 상태. 헌신적으로 남편을 돌보던 엠마는 이제 남편의 뜻을 받아들이고, 그들의 마지막을 준비하기로 다짐하고 이 집으로 온다.
그리고, 죽기 위해 숲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한 에어비앤비로 만들어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된다.
첫 번째 손님인 관수는 앞만 보고 살다 결혼생활에 실패하고, 반려견마저 잃어 더 이상 살 이유가 없다. 잠깐 쉰 후 바로 죽음의 숲으로 향하는 그에게 엠마는 수제 버섯초콜릿을 건네며 그를 배웅하고.. 한참을 걸어 숲으로 들어간 그는 엠마의 초콜릿을 먹고 반려견의 모습을 환각 혹은 환상을 통해 보게 되고.. 다시 한번 살아갈 의지를 갖게 되며 숲을 떠난다.
그리고 각자 왔지만, 같은 타이밍에 이 집을 찾은 목련과 분재. 목련은 매우 밝은 성격으로, 죽으러 왔지만 자신도 모르게 미래를 다짐하는 얘기를 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분재는 죽으러 왔다는 걸 잊을 정도면 그렇게 굳은 결심이 아닐 것이라며 목련과 거리를 둔다. 분재는 잠을 잘 못 자고, 혼자 있을 때는 자기 파괴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녀는 종교적 신념을 갖고 본인의 모든 것을 타인에게 내주지만 결코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며 환멸을 느꼈고, 지쳤다. 얼떨결에 목련과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 분재는 목련의 사연도 듣게 되고, 목련은 늘 사랑을 갈구했으나 결코 충족되지 못하고,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폭력을 당한 아픔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함께 시간을 보내며 알게 모르게 서로를 치유한 둘. 시간이 흘러 연말이 가까워지고, 엠마는 둘에게 파티를 위한 음식을 사달라고 부탁을 하고, 먼 길을 가는 두 사람을 위해 또 수제 초콜릿을 챙겨준다. 숲을 지나며 그 초콜릿을 먹게 된 둘은 과거의 자신들을 환각 또는 환영으로 보게 되고, 죽음에서 삶으로 더 가까워진다.
한편, '집'은 여러 사람을 맞이하며, 일상을 살아가는 엠마의 모습을 보며 자연스레 애정을 갖게 되고, 그녀의 희로애락에 함께 웃고, 슬퍼하게 된다. 분재와 목련이 심부름으로 자리를 비웠을 때, 엠마의 남편은 이제 때가 되었다고 엠마에게 말을 하고, 엠마 역시 수긍하며 남편의 뜻에 따르기로 한다. 남편을 죽이고, 바로 뒤따라가기 위해 목을 맨 엠마. 그 순간, '집'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깨닫고, 그럴 힘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에 기뻐하며 기꺼이 파괴한다. 자기 자신을. 즉 '집'을. 당연히 엠마가 매달릴 곳은 사라졌고, 엠마는 혼자 살아갈 것이다.
죽음을 생각한 인물들이 삶의 의지를 되찾고 살아가는 내용은.. 사실 그렇게 신선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이 연극의 진가는 '집'이다. 영혼이 깃든 집이라는 게 신의 한 수. 죽음이 의인화되거나, 어떤 관념의 의인화로 해석되는 캐릭터들은 봤지만, '집'이라니.. '집'을 연기하는 배우라니.. 이 설정으로 생겨나는 장면들이 있는데, '집'이 슬픔을 느끼고 눈물을 흘릴 때면 누수가 일어나는 것. ㅎㅎㅎㅎ 엠마는 영문도 모르고 낡아가는 집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마침내 본인을 파괴하고 엠마를 구하는 '집'의 마지막 장면은 정말 압권이고 강렬하다.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큰 감동을 느꼈다.
죽음을 다루다 보니 극이 무거워질 수 있는데, 정~~~ 말 적절하게 유머코드를 활용한 것도 참 좋았다. 그런 코드가 이런 극에서 균현을 이루게 하기는 정말 어려웠을 것 같은데, 과하지도 않고 붕 뜨지도 않는 적절한 분위기 전환이 환상적👍 배우와 작가의 시너지 작용의 결과가 아니었을까.
다른 사람들의 사연도 다 안타까웠지만, 개인적으로는 엠마의 상황이 가장 슬펐다. 어쩐지 육체의 병이 심해지면 정신마저도 파괴되는 게 당연한 수순인 듯. 엠마의 남편은 피폐해진 정신에 의한 히스테리를 모두 엠마에게 쏟는다. 건강한 그녀가 죄책감을 느낄 수밖에 없도록. 전혀 이해가 안 된다는 건 아니지만, 서로를 위해 조금만 더 노력했다면 더 괜찮은 생활을 할 수 있었을 텐데.. 🥲 간호와 뒷바라지로 바래버린 엠마의 인생이 많이 아까웠다.
아쉬운 부분은.. 연극의 특성상 극 중 상황을 전부 무대에 구현할 수는 없다 보니, 배우가 강아지의 모습을 연기하기도 하는데.. 나에게는 좀 과한 설정으로 느껴졌고, 자기 학대를 하는 배우가 본인의 뺨을 치는 부분도 약간은 보기 힘들었다. 너무 유리멘털인가..ㅎㅎ;;
이 날 관객과의 대화 이벤트도 있었는데, 짧았지만 진행이 매끄러웠고,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는 버섯초콜릿에 의한 환각이 모든 인물을 구한 것인지 궁금했는데.. 그런 질문은 없었다..ㅎㅎ;;
주인공들의 이름이 모두 식물 관련 단어인데 의도적인 것인지 식물 관련 일을 하는 관객에게ㅋㅋㅋ 질문이 왔는데, 불교 단어를 사용한 건데 우연찮게 식물 용어와 겹쳤다는 게 신비로웠다.
또 하나, 엠마가 남편을 죽인 행동이, 정말 남편의 뜻을 따른 것인지 아니면 자의적인 의도도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 100% 남편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대답도 흥미로웠다. 미안하지만, 극이 진행되는 동안 남편은 엠마에게 어떤 긍정적인 영향도 주지 않는다. 그저 짐. 또 그냥 그녀를 얽매는 굴레같이 보였기 때문에, 엠마의 마음이 지쳐서 그런 선택을 하게 됐다 하더라도 설득력이 충분했는데.. 작가의 의도는 100% 남편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하니.. 너무 선한 엠마가 더 안타깝게 느껴졌고, '집'의 희생으로 얻게 된 엠마의 삶이 더욱 행복하길 바라게 된다.
정말 오랜만에 보게 된 연극인데, 연극에 대한 마음을 많이 열어줬다.
평이 좋았던 것으로 아는데 좋은 기회에 또 볼 수 있길.
이 연극에 출연했던 배우들의 활약도 응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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